발자국 / 김명기
사람과 새와 물결이 같은 날 같은 길을 걸어갔다. 먼저 물결이 걸어갔고 그 다음은 새가 마지막으로 사람인 내가 걸어갔다. 적어도 한순간 이 모든 것들은 살아 움직였다. 선명한 발자국만큼 생의 또렷한 증거가 있을까. 원래 물길이니 몇 번의 물결이 더 다녀가면 제 발자국을 남기고 모두 지워 없어지겠지. 때로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마지 못해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조심한다. 살아가는 길에 왜 유혹이 없고 부당함이 없겠나.
그것이 오명인 줄 알지만, 사람이란 오명 또한 운명이나 체념으로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내가 마음속으로 아꼈던 몇 명은 결국, 오명을 자신의 운명과 바꾸어 버렸다. 부당하고 부조리한 흔적을 목숨과 바꾸어 버린 사람. 가끔 그들이 지켜려던 명예가 안타깝고 아프다. 어떤 이들은 그런 오명조차 명예라고 우기며 끝까지 호의호식을 누린다. 사람 마음이 그토록 다르다는 것이 어떨 때는 소름 끼치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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