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 최백규(1992~)
너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 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몇 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쉼표] 최백규의 시는 사실주의에 가깝지만, 자신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시인의 시는 앞서 나온 모든 시를 비켜 가야 한다.
표절, 아류 같은 덫이 온 사방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장을 보여줄 때 비로소 자신만의 시가 된다.
“네가 울어 꽃은 지지만” 자신은 울지 않겠다는 역설. 이 시대 젊은 시인의 고민은 여느 젊은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랑도 청춘도 운명도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이 시를 연시로 읽을 것인지, 흔들리는 젊은 세대의 고민으로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시가 너무 아프고 쓸쓸해 몇 번이나 다시 읽는다.
부디 이 시대 모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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