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시인, ‘만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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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시인, ‘만해문학상’ 수상
  • 김지훈
  • 승인 2022.10.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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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고산문학상 이어 올해 두 번째 수상

김명기(북면 두천리, 1969생) 시인이 ‘제37회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그의 세번째 시집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이다.

이번 만해문학상은 예심에서 선정한 12종의 본심 진출작(시집 5종, 소설 5종, 기타 2종) 중 1차 본심(8월 8일)에서 7종의 최종심 대상작(시집 3종, 소설 2종, 기타 2종)을 가려낸 뒤 2차 본심(9월 19일)에서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제37회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에 대해, ‘힘없는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지는 이 시대의 슬픔을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표현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 모든 버려진 생명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과 폐기 처분되는 존재들에 대한 순정한 연민이 절절히 와닿는다. 과장된 감정 없이 존재의 밑바닥을 응시하며, 버려진 존재들의 슬픔을 개별적으로 감지하는 놀라운 감수성으로 천의무봉의 경지를 보여준 그의 시집을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그곳이 어디든 자신의 삶을 살아 내고, 삶을 통해 육신을 거쳐 간 일들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제가 견지하는 문학입니다. 그 속에 문학상은 배제되어있습니다. 수상자로 호명되기 전 이미 최종심에서 많은 독자와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며, “단지 최종심에 오른 것만으로 축하를 받았다는 것은 ‘만해문학상’의 공정함과 권위를 의심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종심에 오른 것도 저에게는 생경했지만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기쁨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졌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세 번째 시집이니 저의 문학적 성과를 논할 입장도 아니고, 앞서 수상하신 선생님들과 동료들의 문학적 성과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저의 작품을 흔쾌히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의 안목과 지성을 믿습니다. 그러나 수상자인 저로서는 기쁨만큼이나 ‘만해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위압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만해문학상]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73년 창비가 제정,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의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선정, 시상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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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어느새 가을입니다. 상을 받을 때면 겨울이 시작되었겠지요.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의 문학적 행위가 문학상을 향해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이 어디든 자신의 삶을 살아 내고, 삶을 통해 육신을 거쳐 간 일들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제가 견지하는 문학입니다. 그 속에 문학상은 배제되어있습니다. 수상자로 호명되기 전 이미 최종심에서 많은 독자와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습니다.

단지 최종심에 오른 것만으로 축하를 받았다는 것은 ‘만해문학상’의 공정함과 권위를 의심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종심에 오른 것도 저에게는 생경했지만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기쁨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졌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세 번째 시집이니 저의 문학적 성과를 논할 입장도 아니고, 앞서 수상하신 선생님들과 동료들의 문학적 성과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저의 작품을 흔쾌히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의 안목과 지성을 믿습니다. 그러나 수상자인 저로서는 기쁨만큼이나 ‘만해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위압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가끔 노동에서 벗어나 쉬는 시간이 생길 때면 바닷길을 따라 걷습니다. 저는 이것을 ‘생존운동’이라고 말합니다. 노동력을 보존하기 위해 몸을 만드는 일이지요. 걷는 일은 매우 단순하지만 걸어가는 길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버려진 생명을 무시로 만나고 어느 날은 백수광부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제정신을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어느새 마음 가득 차올라 시로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 울화가 되어버립니다. 문학인들이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대체로 비문학인들입니다. 그들로부터 시를 얻는 셈이지요. 그러니 나의 시가 그들보다 결코 앞설 수 없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떤 위대한 예술도 삶을 우선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삶이 제 몸을 통과하면 저는 혼신을 다해 그것을 시로 써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스스로 대단한 문장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시의 미학적 완성도도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다. 하지만 제가 바라보고 써 내려간 시가 저와 그것들 사이의 오롯한 침음이었을 것입니다. 제 시에 손 내밀어주신 심사위원들은 이 지점을 높이 사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을 받는다고 저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몸으로 노동을 하며 그곳의 사람과 사건 그리고 현상과 비루한 목숨에 대하여 시를 쓸 것입니다. 스스로 저의 시가 노동문학이나 민중문학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노동의 저편에는 수 없는 또 다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시를 사서 읽고 위로 받았다는 독자들이 제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 밝힙니다. 그리고 저의 혼신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신 심사위원들 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명기 시인 주요 약력

*1969년 경북 울진 출생. / 2005년 계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종점식당』,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맛 칼럼집 『울진의 맛 세상과 만나다』

•제2회 작가정신 문학상 수상, 제22회 고산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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