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비공식적인 슬픔 / 안주철(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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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비공식적인 슬픔 / 안주철(1975~)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10.1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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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인 슬픔 / 안주철(1975~)


정확하게 슬퍼하지 않으면 엉뚱하게 눈물을 흘리고 만다.

비공식적인 슬픔이 필요하다.

아주 작고 아직까지

슬픔이 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슬픔이

기쁨이 될 수 있고

눈물이 되지 않는

슬픔이 될 수 있고

눈물이 되지 않는

한 번의 실수로 내가 나에게 다가간다.

한 번의 실수로 마지막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오면

또 다른 시작이 준비되었다는 뜻인지 모른다.

나쁜 꿈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할 때

여기저기로 튀는 두려움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때

슬픔이 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슬픔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집어 올릴 수 없을 때까지

자신을 가장 나쁜 방법으로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살아남은 비공식적인 슬픔이 필요하다.

기적은 유감스럽고 닳지 않는 행운이 문제지만

큰 믿음과 큰 비밀이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받듯이

비공식적인 슬픔이 필요하다

슬픔이 되지 않고

눈물의 가장자리를 만들지 않는

[쉼표] 우리는 흔히 총량의 법칙을 얘기합니다. 슬픔, 기쁨 그 외 여러 가지의 총량. 생을 살아가면서 자기 몫의 슬픔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안주철 시인은 이런 슬픔의 총량 말고 비공식적 슬픔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나쁜 일을 겪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잘 살아갈 수 있는 비공식적 슬픔. 이것은 희망이나 기쁨이 아니지만 자신만의 생존 방식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슬픈 일을 기다렸다 슬퍼하는 것만큼 또 슬픈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비공식적 슬픔을 통해 아주 슬퍼지는 것을 피해가도 좋겠습니다.

너무 큰 슬픔이 “아무것도 집어 올릴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살아남은 비공식적 슬픔”이 필요하지만 그것의 존재에 대해선 저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 할수도 있습니다. 다만 “눈물의 가장자리를 만들지 않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슬픔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전쟁, 기아, 질병 등 그 모든 슬픔에 대해 한번쯤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슬픔도 부디 비공식적인 슬픔이 조금씩 조금씩 상쇄시켜 큰 슬픔이 되지 않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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