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매심사梅心舍 / 신준영
상태바
[詩와 茶 그리고 香氣] 매심사梅心舍 / 신준영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9.13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심사梅心舍* / 신준영

사지를 갈라 공중에 흩어 놓는 구름 같은

묘혈을 파고 누운 겨울나무 뿌리 같은

혀 위에 한 채의 사람을 짓고

꽃 따라 바람 따라 다녀가는 이것을

전생에 두고 온 나머지 심장이라 한다

<*매심사 - 매화의 마음을 닮은 사람이 사는 집>

[쉼표] 국어시간이나 현대문학시간에 시를 배울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있다. 현대시는 자유 서정시란 것. 대체로 교과서를 통해 배운 시는 한 세대 전의 서정시다. 그 시절 어휘는 지금 우리가 쓰는 어휘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서정이란 것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유가 없는 신변의 어설픈 잡설로 징징대거나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휘들이 이제 그 자리를 끼고 앉아있다.

신준영의 첫 시집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를 읽으며 시편들마다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시집 한 권을 통틀어 이렇게 확장성을 갖는 서정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더욱이 신준영의 시는 성실하다. 이것은 쓰는 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시편들마다 성실함이 밀어 올린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성실하지 못한 삿됨의 그저 그런 시가 얼마나 많은가. 발을 지상에 밀착한 시인이있는가 하면 발을 허공에 띄운 채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신준영 시인은 전자에 속한다. 그의 시는 삿됨이 없다.

인간의 눈으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들이 다시 상상력을 통해 시로 기록된다.

‘첫 시집’은 앞으로 이 시인이 나아갈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신준영의 시집을 읽으며 새로운 서정의 문장들로 가득할 다음 시집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