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시인, 고산문학대상 현대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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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시인, 고산문학대상 현대시 부문 수상
  • 김지훈
  • 승인 2022.08.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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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진정성의 언어’로 표현
- 수상 소감 “어떤 위대한 예술도 삶을 우선하지 않는다”

김명기(북면 두천리, 69년생) 시인이 제22회 고산문학대상 현대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작품집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인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이다.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황지우)는 지난 1년 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현대시와 시조 부문에서 각 100여 명의 시인, 평론가들의 추천을 받아 심사에 들어갔다.

현대시 심사를 맡은 김명인·이문재 시인, 문혜원 평론가는 “거듭 읽어낼수록 삶의 파장들이 깊은 감동까지 거느리며 가슴속으로 번져나가 그 파문에 흠뻑 젖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으며 “삶의 우여곡절과 신산고초를 통과해온 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진정성의 언어’로 절묘한 표현이나 세련된 구성이 없이도 충분히 좋은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북면 두천리에서 생활하며, 살아가기 위한 노동의 현장에서 시를 짓고 다듬어 일반독자들의 감성을 깨우고 있다. 그리고 본사 홈페이지 여백&쉼표의 ‘詩와 茶 그리고 香氣’ 코너에서 시인들의 시를 시평과 함께 소개하며 호평받고 있다.

김 시인은 “결국 시는 독자가 있어서 씁니다. 나처럼 대중성 없고 유명하지 않은 시인의 시집을 기다리고 사서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좋은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가 어떤 시인지 나는 아직 잘 모릅니다. 그러나 내 시를 읽고 작은 위안이라도 받았다면 나도 독자도 좋은 인연이라 생각하지요. 언제까지 시를 쓰고 시집을 묶을지 알 수는 없지만, 독자들이 그곳에 있는 한 더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라며, “어쩌다 보니 시를 쓴 지 2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십 년 동안 세권의 시집밖에 내지 못했지만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운이 따랐습니다.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적인 것이 목적입니다. 그것을 늘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부끄럽지는 않아야겠지요”라며 전했다.

시상식은 제22회 고산문학축전과 함께 10월 14일 고산의 고택이 있는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고산유적지 땅끝순례문학관 문학의 집 ‘백련재’에서 열린다.

한편 수상 작품집 『돌아 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는 울진읍 평지서점(울진농협 주차장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김명기 시인은 2005년 시 전문지 ‘시평’ 겨울호를 통해 등단, 시집 『북평장날 만난 체게바라』 『종점식당』, 『돌아 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등이 있다. 2018년 제2회 작가정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경북문화재단 예술인창작활동 준비금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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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 김명기 시인

온몸에 폭염을 뒤집어쓰며 휴일 특근 중,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졸시는 늘 그렇게 노동의 일상 속에서 얻어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노동문학이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시인이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은 대체로 비 문학인들입니다. 시인은 그들로부터 시를 얻습니다. 홀로되신 노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집으로 돌아온 지 열 두 해가 지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계속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대중적인 시인도 유명인도 아니었지만, 왠지 시골집에서 시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벌기 위해 비정규적이고 거친 노동에 몸을 던졌습니다. 시는 저의 기우와 달리 노동 속에서 거친 현장 사람들과 버려진 생명들로부터 제게 스며들었습니다.

두 번째 시집 『종점식당』(2017, 애지시인선), 고산문학대상 본상 수상 시집인 세 번째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2022, 걷는사람 시인선)는 그렇게 쓰여진 시들을 모아 묶은 시집입니다. 이런 졸작을 아껴주시는 독자들과 수상작으로 추천해주시고 선정해주신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수상 이후도 저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저는 현장의 일상을 살아가며 시를 쓸 것입니다.

‘어떤 위대한 예술도 삶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집 속에 새겨진 사람과 기원조차 알 수 없이 버려진 채 제게로 왔던 생명들에게도 수상의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제게 준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고마움이 저의 시를 다만 노동문학이라고 특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근원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써 내려간 졸작을 살펴 읽어 주신 모든 분에게 수상의 공을 돌립니다. 고산 윤선도 선생과 존경하는 김남주, 고정희 시인을 배출한 땅끝 해남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명기 시인이 펴낸 시집
김명기 시인이 펴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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