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꼭지들 / 이윤학(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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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꼭지들 / 이윤학(1965~)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8.1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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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지들 / 이윤학(1965~)
 

   이파리 하나 붙어 있지 않은 감나무 가지에

   무슨 흉터마냥 꼭지들이 붙어 있다

   먹성 좋은 열매들의 입이

   실컷 빨아먹은 감나무의 젖꼭지

   세차게 흔드는 가지를

   떠나지 않는 젖꼭지들

   나무는,

   아무도 만지지 않는

   쪼그라든 젖무덤들을

   흔들어댄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저 짝사랑의 흔적들을
 

[쉼표] 기본적으로 시는 비유와 은유의 문입니다. 사물이나 현상 사건을 있는 대로 쓴다면 굳이 그것을 시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육하원칙에 의해 기술된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나 사실을 기록하는 보고서는 글쓰기란 점에서 문학과 공통점이 있지만, 그것을 문학의 범주에 넣지는 않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윤학 시인의 시 ‘꼭지들’은 시의 기본인 비유와 은유가 적절히 배치된 시입니다.

그러나 시가 비유와 은유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과하면 오히려 시에서 멀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적절한 배치의 비율이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한 시는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배분으로 쓴 시입니다.

이파리마저 다 떨어지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감나무를 끝내 떠나지 않는 마른 감꼭지가 어떻게 짝사랑이 되는지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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