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 화장터 / 손 세실리아(1963~)
다홍 천 턱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기척도 없다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회(灰)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벌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의 집,
감쪽같이 철거당했다
한 우주가 사리졌다
[쉼표] 갠지스강은 인도 힌두교도들의 젖줄입니다. 그들이 사는 내내 모든 중요한 의식이 갠지스강에서 이루어집니다.
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도 갠지스에서 끝납니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입니다.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물음은 중요하지만, 부질없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뜻대로 살다가 뜻대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손 세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시란 타자나 나로부터 시작해 까마득한 행성으로 확장되는 일입니다.
넓고넓은 우주에서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라는 행성,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고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답이 없는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가 함께 지켜야할 공동선이 무너질 것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가 되는 마침내 죽음에 이르러 우주 속으로 한 우주가 조용히 사라지는 일.
인간은 그 일을 끝없이 반복하며 이 행성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저작권자 © 울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