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물에 비친 찔레꽃 / 조정(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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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물에 비친 찔레꽃 / 조정(1956~)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7.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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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비친 찔레꽃 / 조정(1956~)

   나는 꽃 중에 찔레꽃이 질로 좋아라
   우리 친정 앞 또랑 너매 찔레 덤불이
   오월이먼 꽃이 만발해가꼬
   거울가튼 물에 흑하니 비친단 말이요
   으치께 이삔가 물 흔들리깜시
   빨래허든 손 놓고 앙거서
   꽃기림자를 한정없이 보고 있었당께라
   그것으로 작문 써서 소학교 때 상도 받었으라

   인자 봉께 화순떡 자네 딸이 군내 백일장 장원 헌 거시 어매
   탁에서 글구만

[쉼표] 조정 시인은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첫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이 2006년에 나왔으니 두 번째 시집 『그라시재라』는 16년 만에 나온 시집이다.

조정 시인은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을 지낸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제목이 시집을 대변하고 있다. 시집 전편이 서남 전라도 방언으로 가득하다. 남도의 언어, 그중 서남해안가 영암이 고향인 조정시인은 시집 한 권을 오롯이 고향의 말로 써 내려갔다.

이를테면 역사적 사실을 고증한 서사시인 셈이다.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방언적 특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그중 전라도 말은 시의 내재율에 가장 근접한 방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그 지역 태생의 문학인들이 문학적 언어의 시혜를 받았다는 느낌도 든다. 오늘 소개한 시도 구술적 언어를 문장으로 옮긴 것인데 7연까지의 문장은 느낌 그대로 살아서 움직인다. 이것을 굳이 말인지 글인지 시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말이든 글이든 시든 전라도 말은 살아있다.

오랜만에 지루함 없이 서사시 한권을 읽었다. 시인으로서 오랜 침묵을 깨고 조정 시인이 들고 나온 시집 『그라시재라』는 말이 어떻게 문장이 되고 시가 되는지 잘 보여 주는 교범적 가치가 있다. 시를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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