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백색 / 이설야(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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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백색 / 이설야(1968~)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6.2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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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 이설야(1968~)

백색의 처연한 슬픔을 안다고 그가 말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구름과 노을의 차이 같은 것이라고.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두고 걷다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각자 멀리 걷기 시작했다. 왜 바람은 그림자가 없는 것일까? 분명히 몸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질문은 겨울이 되기 십상이었다. 우리는 점점 서로를 모르는 척하고, 각자의 집으로 한발자국씩 더 들어가고, 집을 밖에다 내다 버리고, 또 집 밖으로 뛰쳐나오고, 집이 되어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안은 점점 밖이 되고.

 

[쉼표] 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것은 유무형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그것을 안다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을 나 말고 다른 이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왜 바람은 그림자가 없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 바람을 느끼고 그것이 바람인 것을 알지만 바람의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슬픔’이란 말도 말로 아는 슬픔과 감정으로 느끼는 슬픔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습니까.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정말 아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설야 시인은 그런 점에서 언어의 반전괴 언어의 이면을 깊게 탐구합니다.

모든 것이 의문입니다. 시는 진실을 추구하는 구도와 다릅니다.

의심과 의심 속에서 피어나는 생각이 다시 문장을 통해 시로 태어납니다.

물론 시인의 의도와 전혀 다른 의도로 시를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백색’이 어떻게 ‘밖’이 되는지 천천히 되짚어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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