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이시영(1949~)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쉼표] 오늘날의 시는 산문처럼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쓸 수 있는 어휘의 폭이 넓어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시영 시인의 시처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의 시는 여전히 울림을 줍니다. 이 시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지난 시절 가난에 겨워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도시 한 귀퉁이에 발 딛으며 묵묵히 자신을 살아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시 같습니다. 시력 50년을 넘긴 시인이 아직도 무엇인가 할 말이 많아 긴 시를 쓰겠습니까. 눈 밝은 독자들은 그간 이시영 시인이 시대에 맞서며 어떤 시를 써왔는지 잘 알 것입니다.
이시영 시인의 시는 여전히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버린 자리가 이제 텅 빌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이 20년 후에도 존재할지 의문입니다.
그러기 전에 그 누구라도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울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