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밥을 먹는다는 것은 / 이중기(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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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밥을 먹는다는 것은 / 이중기(1957~)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4.09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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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다는 것은 / 이중기(1957~)


밥에게 부끄럽지 말라고

아버지는 하루 세 번 밥과 마주 앉혔습니다

가르침이 아니라 자성이었겠지요

밥은 장군죽비 우렛소리 푸른 옛날입니다

밥 먹는다는 건 맹세하는 일입니다

백년을 살아도 하루 세 번 밥 맹세하는 일 지극합니다

잘못 살아 면목이 없는 어떤 날 저물 무렵에

밥값은 했느냐고 물으면 더럭 겁이 납니다

밥에게 부끄럽지 않을 일 참 어렵습니다
 

[쉼표] 문학작품에서 종종 밥은 숭고함의 상징이 됩니다.

‘밥값’이란 말은 자신의 생을 헛되이 살지는 않았는가의 척도이며 반의적 표현이기도합니다.

시인 이중기에게는 그 밥이 더욱 값진 것입니다. 이중기시인은 농사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영천에서 오래 터를 잡고 살며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중견시인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밥상 앞에 앉지만 그것이 어떤 숭고한 의식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밥은 우리를 살리는 일의 제일 앞자리에 있습니다.

밥을 먹어야 비로소 다음 일을 진행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밥 먹는다는 건 맹세하는 일입니다” 이 맹세는 살겠다는 맹세입니다.

물론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문제지만, 밥은 누구에게나 궁극적으로 살리는 일의 선순환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다시 그 밥을 법니다.

이중기 시인은 그렇게 밥 버는 일이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밥값’이란 말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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