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물 가둔 논 / 송진권(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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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물 가둔 논 / 송진권(1970~)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3.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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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가둔 논 / 송진권(1970~)


싸리 꽃잎 날려

물 가둔 논에 점점 내리는 밤입니다

밥풀처럼 싸리꽃 둥둥 뜬 밤입니다

대가리며 입술이며 포르족족한 뺨이며에

꽃잎 묻은 개구리들 와글와글대는 밤입니다


무엇이든 가둔다는 것은 얽매고 속박하는 일이라 꺼렸지만

물 가둔 논 보니 알겠습니다

낮 동안 데워진 물이 미지근해져서

파르르르 꽃잎 흩은 물속에서

두 서너 놈이 서로 끌어안고

쫓아내고 쫓아가고

울음주머니 부풀리며

우리가 온밤 내 찾아 헤맨 곳이 여기였음을


그 열락의 정점에서 행위 끝낸 몸뚱이처럼 늘어져

머리카락 쓸어 올리며 맺힘 땀을 닦고

괜찮아 할 때의 그 쓸쓸하던 눈망울처럼

차르르 별들은 뿌려져

꼬리 치며 춤추며 저 어두운 속으로 헤엄쳐 가서

물 가둔 논에 맘껏 알을 슬어놓는 밤입니다

물꼬 터놓는 밤입니다
 

[쉼표] 비가 옵니다. 비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흐레를 타던 산불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불은 제가 살고 있는 두천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불이 시작된 마을치곤 비교적 적은 피해를 봤습니다.

저도 이틀 밤낮을 집으로 다가서는 불과 싸웠습니다.

그렇게 마을이 불길에서 벗어나자, 사람들은 불 먹지 않은 논밭에 거름을 주고 로타리를 칩니다. 살아있으면 다시 살아야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송진권 시인의 시를 한편 소개 합니다.

시골의 평화로운 봄 풍경입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봄은 어깃장 없이 성큼 와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저는 다행히 기적적으로 집을 지켰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아직 대피소에 남아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평화로운 봄 그분들도 어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빕니다.

송진권시인도 저도 촌부입니다. 그래서 이 봄이 그저 평화롭지만 않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송진권시인이 전해온 안부와 함께 그의 시 한편을 위로삼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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