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섬강에서 / 장시우(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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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섬강에서 / 장시우(1964~)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2.01.1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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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강에서 / 장시우(1964~)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워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 깊이 물이 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 감으면 발목에 감기는 강물소리

   그는 울음을 강바닥에 묻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달맞이꽃과 같아서

   그에게 가서 입을 맞춘다

   풋잠처럼 씨앗처럼
 

[쉼표] 얼마 전 장시우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을 냈다.

시의 새로운 시를 주제로 쓸까하다가 신춘문예 등단작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능숙해지고 노련해진다.

그러나 ‘첫’ 시작은 얼마나 새롭고 설레는 일인가.

시인 장시우가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내보인 “섬강에서”의 시어들은 아름답고 싱그럽다. 강은 유장하게 흐르지만 시인은 그 강의 다른 모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무익한 시의 유익한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시를 쓴다는 일이 사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 사는 일이 스며들어있다.

강도 강가의 새와 꽃도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사는 일에 필사적일수록 우리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럴 때 마다 가끔 누군가의 시 한편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 속의 다른 세상과 삶이 있다는 걸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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