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9] / 난로 앞으로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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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9] / 난로 앞으로 모여!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2.1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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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9-

12월의 하늘에서 첫눈이 내립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연(自然)은 자기 일을 잊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하늘도 땅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고되고 힘들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20년 달력의 끝자락에서 훌쩍 지나간 시간이 아쉽기도 하고 힘든 시간 보내버려 후련하기도 한 시간입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열아홉 번째 이야기<난로 앞으로 모여!>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씨앗이 막 생명을 피울 때 필요한 영양분과 크게 자라야 할 때 필요한 영양분이 다른 것처럼, 적기(適期)에 필요한 것이 제공되어야지 잘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려고 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아낌없이 준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마음과 행동이 때론 상대방에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론 독이 될 때도 있답니다. 추운 날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를 주어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처럼 말이죠.

초등학교 시절 겨울이면 교실 중간에 나무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각자 ‘양은 도시락’에 싸온 도시락을 난로위에 올려놓고 점심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난로 주위에 모여 언 몸을 녹이며 친구들과 장난치고 이야기 나누었던 즐거웠던 기억. 또 어떤 날은 집에 있던 고구마를 가져와 구워먹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따뜻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난로’로 표현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옛날 ‘석유곤로’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그 시절 ‘난로’나 ‘곤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 주었습니다. 손이 시려 울 때는 꽁꽁 언 손을 녹일 수 있게 했고, 배가 고플 때는 따뜻한 밥과 국도 함께 내어 주었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과 반찬 그리고 온기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중3이 된 아이는 사춘기의 바다를 건너가고 있는데 자신을 걱정하지 않고 폭풍(暴風) 속을 지나는 다른 친구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받아 힘들어 하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상처받아 아파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아프고 힘든 곳이 있지만 그래도 잘 참고 지낼 수 있다고 말하며, 다른 친구들에게 따뜻한 온기(溫氣)가 있는 난로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너무 뜨거운 난로는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기 힘든데 자신의 난로는 온도도 적당하고 그 위에서 고구마도 떡도 잘 구워 먹을 수 있는 온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자신에게 와서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녹이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그림과 아이의 이야기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따뜻한 난로 주위에 사람이 모여 있지 않아요. 그리고 이 친구의 바램만 메아리치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친구들이 따뜻한 이 아이의 주위에 모여들어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친구들이 사춘기의 혼란함과 또 아픔의 시간을 함께 의지하며 건너갔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난로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해 봅니다. 우리 어릴적 난로 주위 따스한 풍경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지금 무엇이 필요 합니까? 설마 큰 집, 아니면 큰 돈, 또 좋은 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건 아니겠죠...

큰 집이 없어도, 큰 돈이 없어도, 또 좋은 차가 없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 친구와 따뜻한 차 한 잔만 있으면 행복할 듯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시기에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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