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6] /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상태바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6] /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자’
  • 김지훈
  • 승인 2020.11.02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의 끝자락, 꽃을 찍으러 간 깊은 산속의 가을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곳은 마치 전통 한복을 곱게 입고 마을잔치를 하는 나무들 같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떨어지는 낙엽들까지도 곱고 눈부셨습니다.

지난 태풍에 온몸이 멍들고 상처입고 또 부러졌던 나무들이 언제 그랬냐며, 또 멋진 옷을 입고 우리를 위로해주네요. 자연(自然)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열여섯번째 이야기 <잊고 있던 “나”>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타인에게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자신을 설명하시나요. 사실 이렇게 질문을 받아 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수도 없이 받았지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설명할 때, “누구의 아들 또는 누구의 딸 아니면 누구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라고 설명하는 것이 흔합니다. 온전히 자신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진짜 나’는 잊고, 사회가 원하는 식으로 나를 해석하고 설명하고 또 맞춰가며 나를 평가하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흔들리고 또 흐려지며 나를 잊고 살아갑니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느 수업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세요!”라는 미션을 던졌습니다. 단 시간은 30분을 준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체의 아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30분 동안 찾을 장점들이 없다며 3분만에 다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0분 동안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활동지에 적으세요”라고 말하며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처음 5분 정도는 아이들이 떠들고 옆짝의 활동을 쳐다보기도 하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들은 조용해지며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머리카락이 튼튼한거. 이런 것도 장점인가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당근이지”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물꼬가 트이기 시작 한 겁니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장점을 찾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빽빽하게 A4를 채워나갔습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작성한 활동지를 정리했습니다.

자신은 “분위기 메이커. 말을 잘함. 설득을 잘함. 공부를 잘함. 힘이 좋음. 자신감이 있음. 체육을 잘함. 잘 먹음. 화를 잘 억누름. 피부가 좋음. 착함. 관계가 좋음. 효자임. 쌍꺼풀이 없음. 규칙을 잘 지킴. 생각을 잘함. 입술이 이쁘다. 등” 수십개의 장점을 빽빽하게 찾아서 나열해 두었습니다. 맨 앞줄의 친구부터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활동의 규칙은 있었습니다. 절대로 친구가 이야기한 것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가 유일한 규칙입니다.

친구들 앞에서 각자가 작성한 자신의 장점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물론 처음은 작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였으나 점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친구의 장점이 하나씩 나올 때 친구들은 그렇다고 박수치며 호응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아이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자신은 진짜로 장점을 하나도 못 찾겠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잘 하는 것이 없다고··· 제가 보기에는 분명 많은 부분 장점을 갖고 있는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에게는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운 활동이었나 봅니다.

제가 본 몇가지를 이야기해주니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어떤 마음에서 눈물을 흘렸을까요? 부끄럽기도 했을 것이며 또 쑥스럽기도 하고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못한 분위기에 속상하기도 했을 듯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큰소리로 자신이 본 친구의 장점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너는 침착하고 조용해. 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줘“ 라고 말이죠. 이렇게 친구가 잊고 있는 장점을 찾아 이야기해주는 따뜻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사람씩 자신이 작성한 장점을 발표한 후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자신이 훨씬 더 괜찮은 아이’라고 말이죠.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고 ··· 물론 한 번의 활동으로 자신감이 그렇게 쑥 올라오지 않겠지만 말이죠. 수업이 끝나고 눈물을 흘렸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아이는 밝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장점을 찾는 다는 건 사실 어른에게도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재미나게 또 멋지게 성장할 것이라고요.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고 또 성공해도 거만하지 않은 그런 아이들로 말이죠.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고 또 길을 만들어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듯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한주 내가 어른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주위의 아이들에게 그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멋진 가을 마음속에 가득 넣어 두는 여유로운 한주 보내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