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9 / 낙인(烙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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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9 / 낙인(烙印)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7.27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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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책장에 고이 간직해 두고 읽지 못한 책이 있나요? 저는 작년 겨울 소중한 인연이 된 한 분이 보내준 책이 있었습니다. 평생교육과 관련된 책 한권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라는 책입니다.

우리시대의 멘토 신영복 선생님을 비롯해 11명을 만나 평생교육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 책을 소화하기에 어수선한 정신상태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내 책장에 고이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책이 궁금해 졌습니다. 다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다가 왔습니다. 한 장을 넘길 때 마다 눈이 커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책 한권이 훌쩍 넘어가며 그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 하나 풀어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속에 길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늘 고민했던 교육의 방향을 찾은 듯 했습니다. 책에는 내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보물처럼 담겨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미뤄둔 어떤 것을 조심스럽게 찾아 꺼내보세요. 잊고 있던 보물상자를 열어 보는 멋진 경험을 할 것입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아홉 번째 이야기<낙인>

타인이 아는 “나”를 잠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가 전화를 받을 때 “솔” 톤의 목소리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한다고들 합니다. 사람들에게 저는 잘 웃는 그리고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또 “잘 지내시는 가요~~”라고 저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늘~항상 잘 지냅니다.” 라고 합니다. 저의 행동 그리고 말투 또 표정들이 상대방에게 “나”라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또 밝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었답니다. 그 모습이 “나”입니다.

내가 아는 “나”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때론 너무도 불편합니다. 가끔 사람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나 SNS가 부담되어 전화를 받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사람도 “나”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보아왔던 모습만 그 사람이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우린 이렇게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기억 하려합니다. 사실 너무 복잡하고 바쁜 세상이라 상대방의 다양함을 찾아보고 생각하기에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가 자주 보여준 몇 개의 모습만을 가지고 상대방을 빠르게 정의 합니다. 특히 수많은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는 더욱 그러할 듯합니다.

자퇴를 결심한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두 개의 마음으로 표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학교에 특히 선생님에게 엄청난 분노와 실망감을 표현하는 아이였습니다. 자신이 몇 번 학교에서 사고를 치긴 했으나 모든 사고에 자신이 포함된 건 아니라고 말하는 친구였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분해서 학교를 때려 부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일이 있었는데 자신이 그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몰아붙이는 바람에 화가 나서 책상을 치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 행동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자신을 더 비난했다고 말했습니다.

점점 더 화가 나서 이 친구는 학교를 때려치울 거라고 얼음장을 놓았다고 하더군요. 아니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CB Sunsang 꼬라지 보기 싫어 때려치운다고... ” 자신은 정말로 결백한데도 그전에 자신이 보여준 몇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이젠 아무도 자신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젠 막살아도 된다며 자신을 포기한다고 말하더군요. 친구의 눈빛과 떨리는 입술 그리고 꽉 진 주먹이 진짜 억울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낙인(烙印)이라는 것이 한사람의 삶을 어떻게 만들까? 특히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를 고민하고자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입니다.

학교라는 조직은 수많은 아이들을 한 선생님이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서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어려운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집에 있는 두 명의 내 자녀를 보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학교라는 곳은 가정이라는 곳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과 표정으로 인해 나를 향한 타인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그 평가가 학교라는 조직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화가 납니다. 진짜 자신을 봐주지 않는 어른에 대해 특히 학교에 대해 또 선생님에 대해...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순응하는 아이만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공부 잘하는 아이만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아이들의 가슴 속에는 수많은 씨앗이 있다고 합니다. 그 씨앗이 새싹을 피우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답니다. 우린 적당한 물과 적당한 햇빛 그리고 적당한 바람이 불게해서 새싹이 나올 때 까지 잠시 기다려 주면 됩니다. 먼저 새싹을 피운 씨앗은 수만은 씨앗중 하나일 뿐입니다. 얼마나 멋지고 얼마나 튼튼한 나무로 자랄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행동 몇가지로 한 아이를 낙인찍지 말고 기다려 줍시다. 잘 될 꺼라 믿어줍시다. 분명 잘못된 일이라면 죄만 미워하고 아이라는 존재는 미워하지 맙시다.

제발 자라나는 새싹에 “똥물”을 뿌리지 맙시다.

이 한주는 아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어주는 한주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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