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란 시가 하도 많아서
더 이상 쓸 말이 없네
달아오른 튀밥기계가
돌면 돌수록 껍질을 벗으며
부푸는 강냉이처럼
짱짱해지는 봄볕 속에
점점 벌어지는 꽃잎의 술렁임,
그저 듣고만 있네
마침내 궁근 속내를 드러내며
식어버릴 튀밥같이
어느 날은 짙은 꽃그늘이었다가
녹슬어가는 저를 다 비우고
낱장 하나 남기지 않겠네
그래도 목련은 피고
이제 할 말이 없는 나는
그냥 바라만 볼 뿐이네,
저 꽃
[쉼표] 만발과 창궐이 함께 온 봄이다. 둘 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쩔 도리가 없는 봄을 맥 놓고 바라본다. 시는 내가 가담한 세상의 저편에서 그렇게 바라보는 일이다. 간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 본 척 할 수도 없어 시를 쓴다. 그래도 봄이므로 연재를 시작하며 졸작인 봄 시 한 편을 먼저 올린다.
김명기; 울진 북면 출생, 2005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했다. 시집『북평장날 만난 체 게바라』와『종점식당』외 다수의 <공저>가있다. 2005년 문학나무 신인 작품상과 2018년 작가정신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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