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대설 / 모란의 저녁 / 김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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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향기] 대설 / 모란의 저녁 / 김경성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4.03.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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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의 저녁 / 김경성
 

물의 결이 겹겹이 쌓이는 저녁이 오고 있다
 

​멀리 왔으니 조금 오래 머물고 싶다고

지친 어깨에 내려앉는 노을빛은 붉고

무창포 바다 왼쪽 옆구리에 쌓이는

모란의 결
 

​누군가 마음속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놓았는지

꽃잎 사이사이 조약돌 같은 꽃술이 바르르 떨린다
 

바다가 너울너울 무량하게 피워내는

모란

바람의 깃에 이끌려 꽃대가 흔들린다
 

​초승달에 걸린 바다가

허물어진다

모란이 지고 있다
 

[쉼표] 시를 읽거나 쓸 때 문장이 주는 상상력을 생각한다. 시는 시적 상상력을 소설은 소설적 상상력을 주는데 가끔 시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소설에서 시적 상상력을 느낄 때도 있다. 시를 읽으며 문장이 내어준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영상의 이미지가 겹치기도 한다.

김경성 시의 독특한 점은 시적 상상력이 내어준 이미지에 있다. ‘저녁이 오고 붉은 노을이 깃들고 바다 옆구리에 쌓이는 모란’ 이런 무던한 시간이 지나 바다가 허물어지고 마침내 모란이 진다. 이 모든 것은 영상학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아름답다는 것은 굳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 시는 무채색이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성의 시는 그런 무던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오랫동안 탐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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