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 / 송경동(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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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향기]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 / 송경동(1967∼)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4.01.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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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보내는 택배 / 송경동(1967∼)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에 안 떨어지는
이승의 목마른 비정규직 택배 일 말고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랑의 원소들
이 추운 겨울날 저 따뜻한 햇볕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온정과
눈부심을 배달하는 무욕의 택배기사

[쉼표] 우리 시의 맹렬함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시인이 송경동이다. 비단 사실주의 문학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백년이 넘은 한국시 전부를 뒤져도 시와 말과 행동이 같은 시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가 역사의 미시적 기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은유적 미사여구를 거부한다. 어느 때는 너무 사실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경동 시인은 스스로 도구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끌려가고 갇히고 벌금 내고 때때로 무자비한 폭력을 기꺼이 감당한다. 시가 시로써 인간에게 복무하는 가장 최전선에 늘 송경동이 있다.

그는 언제나 시의 실천적 전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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