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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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1981~)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3.10.1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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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1981~)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채 실려간다

한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쉼표] 박소란의 시는 가엽고 슬픈 것들을 향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시인의 시가 그곳을 향해 끊임없이 시선을 던집니다.

그러나 대체로 자신의 슬픔으로 발원하여 확장되는 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박소란 시인의 “노래는 아무것도”라는 시는 버려진 사물에서 발원해 자신의 슬픔으로 돌아옵니다.

리어카 위에 버려진 ‘통기타’가 자신을 겨눈 칼이 되고 마침내 실려가는 자신이 됩니다. 버려진 통기타에 눈이 가는 이유는 버려진 사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슴슴하고 덤덤하며 쓸쓸한 슬픔을 마치 타인의 슬픔처럼 쓴 시 같습니다.

시에서 자신의 슬픔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슬픔을 과장과 과잉으로 표현해버리면 타인의 슬픔을 영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실어보낸 누군가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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