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시인,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세 번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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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시인,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세 번째 시집 출간
  • 김지훈
  • 승인 2021.12.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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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 얼마 전 떠나 버린 사람의 / 시집을 펼쳐 읽는다 /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 시만 한 게 없지 /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 칠십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 큰 슬픔 작은 슬픔 /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 / 갈피를 꽂아 두었던 / 시의 가장 아픈 문장에 밑줄을 긋고 나니 / 남은 문장들이 일제히 눈가에 젖어든다 /
슬픔은 다 같이 슬퍼야 견딜 수 있다 - <유기동물 보호소> 전문

본사 홈페이지 ‘시와 차 그리고 향기’ 코너에서 시인들의 시를 시평(쉼표)과 함께 소개하며, 창작활동에 열중인 김명기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해 주목을 끈다.

시집에는 최근 시인이 온몸으로 힘썼던 유기동물 구조사로 활동하며 버려진 개를 대상으로 한 시 십여 편이 넘게 실려, 우리가 동물들에게 무심코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도서출판 걷는사람, 시인선 56)는 시집의 제목처럼, 김 시인은 “시를 쓰고 시집을 묶는 동안 밥벌이가 바뀌었다. 중장비 기사에서 유기동물 구조사로. 얼마나 많은 밥벌이를 거쳐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위로해주는 시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며, “밥과 시 사이, 무슨 짓인지도 모를 일을 자꾸만 꾸미고 있다. 언젠가 나를 이해할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며 인사했다.

이어 “이 시집은 내가 썼지만 그 속의 일들은 온통 나를 위해 보시해 준 것들이다. 다시는 안 볼 것 같았는데, 우두커니 남의 시집처럼 내 시집을 읽는다. 이 시집 속의 시간과 바람과 사람과 그리고 영혼이 깃든 모든 것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집을 해설한 박경희 시인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벗이 있다. 김명기 시인은 그런 벗이다”며, “내게 세 번째 시집 원고를 보여 줬을 때 떨렸고, 아팠고, 쓰렸다. 그의 원고는 위태로웠고, 서글펐으며, 향나무에 앉은 참새 떼처럼 말이 많았다. 일 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무던히도 자신을 돌아봤고, 벼 바심 끝난 논바닥에 내려온 눈 까만 고라니의 발걸음으로 어느 날, 조용히 세 번째 시집을 들고 왔다”고 설명했다.

또 박승민 시인은 “‘슬픔의 동시다발성’의 발견이야말로 칸막이 쳐진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경각(警覺)인가. 이번 시집은 자기를 발원지 삼아 세상 밖으로 서서히 붉게 번져 나가는 인물의 ‘쓸쓸함’을 보여 주되, 그 쓸쓸함이 덤덤한 일상에 대한 반성의 ‘깨달음’으로 ‘자주’ 전환된다는 점에서 ‘맑은 쓸쓸함’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김명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은 평지서점(울진농협 주차장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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