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1921~1968)
상태바
[詩와 茶 그리고 香氣]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1921~1968)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1.10.11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1921~1968)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한도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쉼표] 80년대 이후 한국시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두 명의 시인이 있다.

백석과 김수영이다. 그중에서도 김수영은 여전히 시단의 뜨거운 감자다.

그의 시에 대한 해석과 논문은 지금도 수 백편 씩 쏟아진다.

그 이유는 김수영 시의 난해성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읽고 느끼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의 불명확성이 여전히 김수영에 대해 궁금증을 가증시키고 있다.

오늘 소개한 시는 김수영의 초창기 작품이다. 대체로 초창기 작품이 좀 더 난해하게 다가온다. 한국전쟁과 4.19를 겪으면서 김수영의 시는 맥락의 이해가 쉬운 참여시 경향으로 바뀌지만 김수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초창기 작품을 놓칠 수가 없다.

많은 시인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친 시인으로 김수영을 꼽는 이유는 그의 시가 가진 근본적인 정신이 자유와 고뇌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만 동시대 순수 서정시와 확연히 구별된다.

김수영은 스스로 자신의 시를 밀고 나간 시인이다. 그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시는 거침이 없다.

김수영 시의 특징 중 하나는 과도한 한자어의 사용인데 이것은 일본어로 된 문학서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는 영어에도 능통했으나 그 시절 문학이론서는 일본을 거친 중역이거나 일본어로된 책이 대부분이다.

그에게 일본식 한자어는 순수 서정시와 대척점으로 사용할 하나의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몇 편의 시로 김수영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김수영과 백석의 시 몇 편을 연재할 계획이다. 시의 다양성 측면에서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의 발견이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