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 이상열(1964~)
어메가 보내준 보약을 달인다
기역자 허리로 도라지밭 엎어져 번 일당 삼만 원
고추 꼭지 따 번 매운 돈
일당 칠천 원에 합이 열흘
연탄 화덕에서 새운 몇 날 밤 정성을 더하여 우려낸
뽀얀 뼈다귀 국물을 달인다
꽁꽁 언 뼛국 뜨거운 국물 될 때까지
차가운 얼음 덩어리에 정지 칼을 박는다
어미에게 박았던 수많은 뾰족한 말들이
되돌아 내 가슴에 얼음송곳을 박는다
뜨거운 국물이 울컥,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숭숭 구멍 난 어매 뼈로 곤 보약
마지막 한 방울까지 꿀꺽,
마누라도 안 주고 혼자 마신다
[쉼표] 시인 이상열은 봉화 사람이다. 그는 동양화가이기도하다.
나는 타르쵸가 펄럭이는 네팔의 어느 골짜기를 그린 그의 그림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는 전업 시인이기보다는 전업화가라고 불리는 게 맞다.
하지만 시든 그림이든 그의 정서에는 이른바 촌의 날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은 그가 고향인 봉화를 떠나 살아도 숨길 수 없는 정체성이다.
두 번째 시집 『세 그루 밀원』도 이상열의 정체성을 드러낸 작품으로 가득하다.
어머니, 땅, 측백나무, 밀원식물. 시인의 지향은 먼 곳이 아니다.
자신의 삶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이 중심이다.
화가이자 시인인 이상열은 자기중심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가을이 깊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박았던 뾰족한 말들을 반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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