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독거노인이 사는 집 / 이명윤(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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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향기] 독거노인이 사는 집 / 이명윤(1968~)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4.04.29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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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 사는 집 / 이명윤(1968~)

그날 복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노인이 느닷없는 울음을 터뜨렸을 때 조용히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단출한 밥상 위에 내려놓은 놋숟가락의 눈빛이 일순 그렁해지는 것을 보았다. 당황한 복지사가 아유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며 자세를 고쳐 앉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흐느낌은 오뉴월 빗소리처럼 그치지 않았고 휑하던 집이 어느 순간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웃옷 한 벌과 난간에 기대어있던 호미와 마당가 비스듬히 앉은 장독과 동백나무와 파란 양철 대문의 시선이 일제히 노인을 향해 모여들어 펑펑,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쉼표] 이명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서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세상에 한 생이 왔다가 지는 일은 자연의 순리이지만, 개별적 생의 고단함은 천차만별입니다.

누구나 일생을 살지만, 다 같은 일생이 아니어서 행복과 불행의 기준치를 구분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문학은 그중 더 불행한 생(生)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문학이 개별적 생에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눈길이 위를 쳐다볼 때 낮고 쓸쓸한 곳을 더듬어 보는 눈길도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시를 쓰고 시 속에 안쓰러움과 위로를 함께 담으려 애쓰는 것입니다.

만개했던 벚나무가 어느새 연초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무시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 주변에 살피지 못한 불행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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