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상처를 위하여 / 김명리(1959~)

2021-08-16     김명기 시인

       상처를 위하여 / 김명리(1959~)
 

   저 나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것 아닌가
 

   제 몸통 안에

   마침내 검은 우물을 파버린 나무


   저 물 없는

   갈라진 우물 바닥에

   폐허가 연줄처럼 걸렸다


   그러나,

   꽃씨를 마저 흩뿌리듯

   봄빛은 기어코 어김없이 쏟아져와서


   바람에 잎 틔우는 새가지 떨켜마다

   사람의 숨통을 틀어막는

   고요


   가책하는 마음들

   멀어질수록


   저 나무의 죄는

   상처를 몸으로 만든 것이니


[쉼표] 오늘은 김명리 시인의 시 한편을 골랐습니다.

김명리 시인의 시를 읽으면 자신과 세상에 대한 끝없는 성찰이 보입니다.

생의 한복판에서 날마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들을 무심코 지나치지만 김명리 시인은 시 속에 생(生)과 멸(滅)에 대한 성찰(省察)과 희망(希望)을 담아냅니다.

물론 문학은 구도의 길이나 종교 혹은 철학과 다릅니다.

다르다고 말하고 보면 또 그것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시인이란 사람들이 그렇긴 합니다. 애매함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삶의 지향.

그러므로 세속의 맞고 틀린 이분법적 사고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다 맞기도 하고 다 틀리기도하며 다 다르기도 합니다.

삼복(三伏)이 지나고 입추(立秋)도 지났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역병(疫病)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맑은 봄빛은 기어코 어김없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상처가 말끔히 아물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