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추신 / 박주하(1967~)

2021-07-05     김명기 시인

추신 / 박주하(1967~)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붉어진 앵두 같은 일

시다 달다 말도 못하고

핏방울 맺힌 혀끝으로만 굴리다가

밤길 홀로 걷다가 만난

빨간 우체통에 얼굴을 들이밀고

남몰래 중얼거렸지

사랑한다 너만 알고 있어라
 

[쉼표] 추신은 편지 말미에 덧붙이는 글이다.

본문에 하지 못한 말을 다시 쓰는 글이다.

잊어버린 말이거나 혹은 잊어버린 척 히는 말이거나, 어쩌면 편지의 내용보다 간략한 한 줄의 추신이 더 절실한 말일 때도 있다.

그 절실함을 위해 긴긴 본문을 써내려 갈 때도 있다.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아주 간결한 한 문장 그것이 오래 기억 속에 남겨 지기도 한다.

핏방울 맺힌 혀끝으로 얼마나 오래 굴렸을 말인지 문득 궁금하다.

박주하시인의 세 번째 시집을 읽으며 짧은 시 한 편을 고른다.

짧지만 애틋하고 애틋해서 궁금한 그 말을 나도 혀끝으로 굴려본다.

“사랑한다 너만 알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