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우중행 / 박용래(1925~1980)

2020-08-09     김명기

        우중행 / 박용래(1925~1980)
 

        비가 오고 있다

        안개 속에서

        가고 있다

        비, 안개, 하루살이가

        뒤범벅되어

        이내가 되어

        덫이 되어
 

        (며칠째)

        내 木양말은

        젖고 있다.
 

[쉼표] 역병과 수해로 온 나라가 처참해진 것 같다.

둘 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뉴스를 보다 채널을 돌렸다.

사람의 죽음이 마치 무슨 카운터처럼 기계적으로 표시되는 게 보기 싫었다.

무기력하지만 사람은 또 살아 낼 것이다. 한때 우기에는 아련한 낭만도 있었다.

박용래 시인이 살던 그때에는 사람의 죽음 보다 며칠째 빗속에서 목양말이 젖어들던 시간 이었을 것이다.

터전을 잃는 다는 것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목양말이나 젖던 시절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터전을 등졌다.

모쪼록 비가 그치고 젖은 그들의 삶이 다시 말랐으면 좋겠다.

우기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