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차 그리고 향기] 봄날은 간다 / 허수경(1964~2018)

2020-05-03     김명기

   사카린 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박분(薄粉)의 햇살아

   연분홍 졸음 같은 낮술 마음졸이던 소풍아

   안타까움보다 더 광포한 세월아

 

   순교의 순정아

   나 이제 시시껄렁으로 가려고 하네

   시시껄렁이 나를 먹여살릴 때까지

[쉼표] 연두색 잎들이 점점 초록색으로 변해간다. 이 땅의 봄은 유난히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다.

허수경 시인은 그런 봄의 개인적 감정과 시간의 전개 사이에서 고민한듯하다.

유난한 상처들이 가지고 있는 순정과 좌절 그리고 방황을 쓴 시다.

짧은 시이지만 시가 가지고 있는 단어들을 더듬어 보면 시인의 감정이 만져진다.

초록이 짙어지면 봄의 상처를 덮으며 이윽고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