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이사, 1983 / 이송우(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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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이사, 1983 / 이송우(1971~)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1.06.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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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1983 / 이송우(1971~)


   눈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

   함박눈 내려 간첩과 빨갱이 모두 묻힐 거라고

   회초리 맞은 자리 서로 보여주던 친구들 떠나는 날

   뜬 눈으로 맞은 새벽은 뼛속까지 푸르러

[쉼표]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경험치가 있을까. 그야말로 무한대다.

그럼에도 그런 경험치가 문학으로 옮겨오면 눈에 뜨인다.

시인 이송우는 눈 밝은 사람이다.

꽤 오래전 우리는 북촌 시장귀퉁이 피자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나가는 길이었고, 나는 소설 쓰는 친구와 들어서던 길이었다.

그가 페이스북 친구라는 걸 알 리가 없었는데 그는 단번에 나를 알아봤다.

나를 알아봐서 눈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찰나를 놓치지 않는 안목은 시인으로써 으뜸에 놓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몇 해 후 그가 발표한 시를 읽었다. 결국 오며가며 언젠가는 한번은 볼 사이었다.


이제 막 이순에 접어든 그의 첫 시집은 너무 깍듯하다.

시를 읽으며 동시대를 비슷한 눈으로 봤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고백하자면 이 말은 중요하다.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은 결국 시집의 끝장을 보겠다는 말이다. 시인 이송우는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그의 첫 시집은 어두웠던 시대의 국가 폭력이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박주하 시인은 “이송우 시인이 독재 시절 불모의 아픔을 품고 자랐다”고 했는데 나는 그와 내가 건너온 시절이 우리 모두를 민주주의의 볼모로 삼았다는 생각이다.

개인의 비극이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창작물이자 시대의 기록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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