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황홀 / 김연진(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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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황홀 / 김연진(1969~)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1.06.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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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 / 김연진(1969~)
 

   당신이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이렇게 봄날저녁이 오시고

   나는 목련의 숨 거두는 소리를 듣는다

   맥을 놓친 꽃잎처럼 나는 비스듬하고
   탄생은 저렇게 격렬하게 왔다 가는 것

   당신이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그렇게 봄날 저녁이 가시고

   나는 당신의 숨 거두는 소리를 듣는다
 

  [쉼표] 시인이 갖춰야할 덕목중 하나는 한생의 생(生)과 몰(歿)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것은 한 우주가 태어났다 사라지는 것과 같다.

다소 거창하고 과장된 소리 같지만, 생각해보라 한생이 태어나서 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다녀가는가.

시를 천천히 읽노라면 분명 누군가에 대한 헌시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인지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봄에 진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한생의 절정에서 찰나와 같이 지는 시간을 시인은 황홀이라 말하고 있다.

그가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시인은 또 그런 봄날의 저녁에 그를 생각하며 기린다.

생과 몰 그리고 그중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받아쓰는 일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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