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 / 김연진(1969~)
당신이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이렇게 봄날저녁이 오시고
나는 목련의 숨 거두는 소리를 듣는다
맥을 놓친 꽃잎처럼 나는 비스듬하고
탄생은 저렇게 격렬하게 왔다 가는 것
당신이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그렇게 봄날 저녁이 가시고
나는 당신의 숨 거두는 소리를 듣는다
[쉼표] 시인이 갖춰야할 덕목중 하나는 한생의 생(生)과 몰(歿)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것은 한 우주가 태어났다 사라지는 것과 같다.
다소 거창하고 과장된 소리 같지만, 생각해보라 한생이 태어나서 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다녀가는가.
시를 천천히 읽노라면 분명 누군가에 대한 헌시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인지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봄에 진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한생의 절정에서 찰나와 같이 지는 시간을 시인은 황홀이라 말하고 있다.
그가 떠난 봄에도 황홀은 남아서 시인은 또 그런 봄날의 저녁에 그를 생각하며 기린다.
생과 몰 그리고 그중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받아쓰는 일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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