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 / 조정(1956~)
절 마당에 발 디딜 데가 안 보여
마애 부처가 돌 속에서 나오다가 멈춘다
아이고오 똥도 씨언하게 못 누고 가네
노래하는 새를 찾아 벽화각 돌던 여자가 뛰쳐나가고
죽은 그림에서 산 새를 찾던 여자는 여자대로
동백은 제 꽃을 툭툭 밀어 떨어뜨린다
나도 똥, 눌까 말까
사람들이 해우소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많은 괄약근이 한꺼번에 나무관세음하는 초파일
[쉼표] 초파일이 다가옵니다. 오늘은 조정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초파일이라서가 아니라 조정 시인의 시는 풍부한 언어가 시 속에 잘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를 쓸 때 어떤 단어로 문장을 만들 것인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늘어나도 읽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시를 가끔 봅니다.(시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러나 이 짧은 시 한편에 나오는 단어는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있습니다.
마지막 연은 해학적이면서도 어느 날의 무위사 초파일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가 어떤 것이라고 말할 재주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읽어서 좋은 시면 좋겠지요. 이 시는 발표 된지 꽤 오래 전의 시입니다.
그러나 읽을 때 마다 입속에 돌고 웃음이 나는 시입니다.
다가오는 초파일 우리 모두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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