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문은 시선이다 / 이위발(1959~)
상태바
[詩와 茶 그리고 香氣] 문은 시선이다 / 이위발(1959~)
  • 김명기
  • 승인 2021.04.26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은 시선이다 / 이위발(1959~)

그는 기차를 타고 있다. 문 너머 퍼즐 조각 같은 자잘한 논과 밭이 보인다. 식칼 같은 햇볕이 문틈으로 깊숙이 찔러 들어온다. 햇볕이 땅을 밟고 있는 시선과 마주친다. 그는 문의 시선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서로 다른 문이 마주 보고 있는 길이 보인다. 문이 닫히면 문 뒤로 손 흔드는 사람 보이고, 열리면 보이질 않는다. 문이 열리자 회색빛이 너울대는 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웃음을 참는 사람이 허그를 하고 있다. 문이 등을 보일 때는 우는 사람 내보내고, 가슴을 내밀 때 웃는 사람 내보낸다. 그는 문 등에 올라탄 것도 아닌데, 흙을 밟은 것도 아닌데, 그는 한번 열리면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 앞에 서 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처럼.

[쉼표] 문(門)의 곡절에 대해 쓴 시다.

이위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에서 한 편 골랐다.

문은 드나드는 곳이지만 어떤 사정에 따라서는 벽이 되기도 한다.

들어간 문을 밖에서 잠궈 버리면 문은 영락없이 벽이 된다.

하루에도 수 없이 문을 지나다니지만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는 일은 드물다.

시인은 믿음을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건 닫힌 문이고 벽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모든 폭력적 행위도 불신에서 나온다.

작은 공동체인 가족 간의 불신이나 폭력을 부르고 국가 간의 불신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위발시인의 문에 대한 시선은 곰곰히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우리의 마음은 문인가 아니면 벽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