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공공연한 비밀 / ​박순호(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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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공공연한 비밀 / ​박순호(1973~)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1.04.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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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비밀 / ​박순호(1973~)

​죽은 자로부터 받은 심장을 진리의 저울에 올려 가늠하는 아누비스*

고통의 해방을 외치며 팔딱거리는 산 자의 심장

​앞에서 나는 중얼거린다

말하지 못했던 진실은 진리에 가깝다

​나는 공공연한 비밀을 꺼내 저울에 달아본다

* 자칼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 저승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죽은 자를 오시리스 법정으로 인도하고, 죽은 자로부터 심장을 받아 ‘진리의 저울’에 달아서 살아생전 행위를 판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쉼표] 박순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너의 은유가 나를 집어삼킬 때』(시인동네 2021)의 제일 첫 번째 시를 소개합니다. 이 시로 인해 시집 전체의 색깔을 가늠 할 수 있습니다.

박순호 시인은 사실주의 시를 주로 쓰던 시인입니다. 그러나 이번 시집은 철학적 사유로 가득합니다. 이를테면 변신이지요.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언젠가는 육신이 변하는 시점이 옵니다. 박순호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그런 전환점 같습니다. 이전의 시들과는 달리 시적흐름이 의도적으로 읽힙니다. 소개한 시는 시인의 윤리적 감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말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그 말을 가슴에 품고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인은 이런 현상을 시를 통해 고백합니다.

진실과 진리는 아무리 숨겨도 공공연한 비밀일 뿐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이런 비밀이 도처에 숨겨져 있습니다. 궁극에는 시를 지향하는 방향이라고도 보여 집니다. 아무튼 네 권의 시집과는 아주 다른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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