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팽목 / 김명기(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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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팽목 / 김명기(1969~)
  • 김명기 시인
  • 승인 2021.03.23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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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 / 김명기(1969~)

밤새 달려와 첫 끼를 먹는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은 얼마나 갸륵한가 펄럭이는 주검의 표식들 앞에서 마주 대한 밥 누구는 천일동안 젖은 눈물에 말아먹고 누구는 천일동안 젖은 채 그리웠을 지상의 밥 한그릇 생사를 가르는 경계 같은 한 덩이 밥 놓고 갸륵한 본능 뒤에 감춘 목숨은 이렇게 무참하다 뜨거운 국물을 넘기며 뱉어내는 생선가시들이 산자를 향해 쏱아내는 뽀족한 말 같다 실낱처럼 내리는 빗속 방파제 끝 누군가 무릎을 꿇는다 고개를 돌려도 숨길 재주 없는 슬픔 코끝 시리고 눈가가 뜨끈해진다 명치끝에 걸리는 밥 한 술 뜨러 밤새 달렸왔나 이게 다 이놈의 밥 때문이지 싶어 상을 물리고 나섰는데 방파제 끝에 걸린 한 문장 "따뜻한 밥해서 같이 먹고 싶다" 이 기가 막힌 문장 앞에 누군들 무릎을 꿇지 않으랴.

[쉼표] 오늘은 저의 졸시를 한 편 올립니다.

또 봄입니다. 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렘을 전합니다.

오늘 목련과 일찍 핀 벚꽃을 보고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그러나 봄이 되면 슬퍼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도 미해결로 남은 ‘세월호’의 슬픔이 그렇습니다.

저는 서른 중반쯤 킹크랩어선 관리자로 3년 정도 북태평양에서 지낸 적이 있습니다.
바다가 얼마나 무섭고 차가운 곳인지 잘 압니다.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어린학생들이 전 세계로 무참하게 중계되었습니다.

팽목과 목포신항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인본주의자는 아니지만 살면서 그렇게 큰 충격장면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못한 채 바다 속으로 사라지던 아이들의 아우성.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일도 시인의 책무입니다.

그 때 그 봄은 자꾸만 멀어지지만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밝혀진 게 없습니다.

또 봄은 그때로부터 멀어집니다.

그 아이들을 조금만 더 기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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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2021-03-30 21:42:33
고맙고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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