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23] 아무것도 없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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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23] 아무것도 없는 벽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3.1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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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23 -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조금의 노력과 조금의 시간이 더해지면 어느 순간 성큼 한발짝 앞으로 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허투루 쓰이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됩니다. 오늘 내가 살고 있는 모든 순간이...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스물세번째 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벽>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가능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발휘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시선을 우리의 내부로 돌려 우리에게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기회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을 ‘아무것도 없는 벽’이라고 말한 친구가 있습니다.

뽀얀 피부에 또래보다 자그마한 키, 그리고 조용한 남자아이였습니다.

흰 종이에 검게 칠한 벽 그림을 언 듯 보면 어둡게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그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릴수도 있고 기댈 수도 있고 또 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은 그 토를 치워주는 사람도 될 수 있다고요.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멋진 아이였습니다.

이 친구는 휴먼서비스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21세기의 꼭 필요한 인재가 될 듯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이 친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 친구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갔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슴 한구석에는 늘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답니다.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힘들지만 잘 자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외로움이나 결핍과 같은 어려운 경험을 디딤돌 삼아 힘든 이들에게 평안한 휴식을 줄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줄 것 같아 아주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착함 마음 꼭 잡고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상상해봅니다. 이 멋진 친구에게 누군가가 기대어 이야기 나누며 위로받고 희망을 찾아가는 그런 멋진 그림을...

아파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청소년 자살에 대해 잠깐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과거와 다르게 우리 젊은이들은 자살이라는 큰 병이 들어 있다더군요.

질병도 아니고 사고도 아닌 자살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사회적 인간으로 소속감을 느끼며 부대끼며 살아야하는데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거나 익힐 수 없었나 봅니다. 인간에게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이 인간에게 위로받지 못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비춰지는 현실에 청소년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에게만 박수쳐주는 기성세대의 그릇된 인식,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에 의해 병들고 죽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의 말이 가슴에 더욱 와 닿았습니다. 누군가의 쉴 곳이 되어주는 벽... 그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가는 곳이기를 기대합니다.

막막한 미래에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이들을 향해 ‘언제나 너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그런 멋진 어른이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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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後記)] 지금까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나누었습니다. 때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때로는 조금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힘들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생각과 관점을 바꿔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힘들 때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도 사회도 많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경쟁이 아닌 개성(個性)을 존중(尊重)하고 대립이 아닌 공존(共存)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세상을 위해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면 좋겠습니다. 더 낮은 곳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해 조금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심고 함께 가꾸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의 부족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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