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22] / 민들레
상태바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22] / 민들레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1.25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22 - 민들레

살을 애는 듯한 바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꽁꽁 언 냇물위에는 멀리서 날아온 철새들이 쉬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사람의 적응에 다시금 감탄해봅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스물두번째 이야기 < 민들레 >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노란 민들레가 지천에 자라고 있었던 때가 기억납니다. 가을이 오면 민들레 씨앗이 온 사방에 흩어져 날아갑니다. 또 동그랗게 피어난 민들레 씨앗은 “후” 불면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 자유롭기도 하고 또 희망차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자신을 “민들레”라 표현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학교폭력사건으로 만나게 된 한 친구입니다. 큰 키에 뽀얀 얼굴 그리고 깡마른 몸이 기억납니다. 이야기 나누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친구였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을 잘해주는 아이가 어떻게 폭력 사건에 연류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실한 친구더군요.

그런데 이 친구의 이야기로는 한 순간 친구들과의 어울림으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 사건에 연류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있으므로 그에 합당한 징계를 성실하게 따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에게서도 신뢰를 잃었다며, 그래서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이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의 한 번 실수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과 앞으로의 삶까지도 왜곡시키고 또 힘들어 질까 무섭고 또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신뢰를 회복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다시 신뢰받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성실하게 학교 다니고 교칙도 잘 지키며 친구들과 잘 지내도록 노력하는 수 밖 에 없다고...

-민 들 레-

나는 민들레와 같다.

민들레 씨앗처럼

꿈이 있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씨앗이 쉬지 않고 날아가는 것처럼

나도 내 꿈과 미래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민들레처럼...

청소년인 자신들은 순간순간 판단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듯합니다. 상담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말입니다.

어찌 되었던 친구가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 말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라는 것에 저도 동의하게 됩니다.

그들이 긍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들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 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먼저 살고 있는 우리가 변화시켜 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판단의 오류가 와도 자신의 삶에서 조금만 스크레치를 받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폭력적인 환경이 조금씩 사라질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일단은 인간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 공감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간,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의 시간.

이런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고 이 시간들의 이야기가 문화로 정착되었을 때 우리가 말하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비단 “환경”이 물리적인 환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님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친구가 자신을 표현한 민들레의 멋진 시처럼, 희망을 찾아 쉬지 않고 날아가는 멋진 세상을 함께 만들기를 바래 봅니다.

한주 내내 행복하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