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이어도 주막 / 이성배(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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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이어도 주막 / 이성배(1961~)
  • 김명기
  • 승인 2021.01.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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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주막 / 이성배(1961~)


   이어도에 주막 하나 지어야겠다

   천지天地에서 헤어진 압록강과 두만강

   다시 만나는 청정바다에

   초가 지붕 올리고 봉놋방 뜨끈뜨끈 데워 놓고

   개다리소반에는 미역국과 파래무침

   참가재미 한 마리 구워야겠다

   동해와 서해로 흐른

   구애하는 귀신고래 황홀한 노래

   밤 새워 청해 들어야겠다

   손바닥에 박힌 소금알 혀로 핥으며

   파도에 갈라진 발바닥 서로 주무르며

   파도소리로 하나 되는 첫날밤을

   창호지 구멍으로 훔쳐보아야겠다

   날이 새면 또 다시 흘러갈 난바다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만남을 위해 다시

   그 봉놋방 장작불 지펴야겠다

  [쉼표] 이성배 시인의 첫 시집 표제시다.

  우리나이로 환갑이 되어서야 첫 시집이 나왔다.

  그는 직업군인으로 오래 근무했고,

  전역 후에는 예비군 동대장이란 직업으로 국가에 본직했다.

  그러나 그의 로망은 늘 바다였다.

  바다를 처음 본 후, 수업을 빼 먹고 바다를 보러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로망은 삶이란 벽 앞에 생활자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의 첫 시집에는 유난히 바다가 많다.

  결국 자신을 띄워 보내지 못한 바다를 시로 고스란히 풀어낸 것이다.

  ‘이어도 주막’ 역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바다의 이상향이다.

  그는 어쩌면 영원히 바다를 로망으로 삼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서정시에 바다를 서사로 입힌 그의 시를 읽으며

  오래전 떠돌았던 북태평양의 난바다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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