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소년 / 이시유(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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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소년 / 이시유(1985~)
  • 김명기
  • 승인 2020.12.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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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 이시유(1985~)

 당신 안에도 작은 소년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순수하고 투명하여 후, 불면 차라리 토옥 토옥 나팔꽃 피어날 것 같은 소년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삶의 구도를 깨치기 전 또르륵 또르륵 맑은 눈동자로 세계를 바라보며 바람 속을 거닐던 소년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노리개나 슬픔, 절망이나 독사, 하이힐과 극약 그런 것 아니라 다만 토옥 토옥 나팔꽃을 머금고 있는  소년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세계를 사랑하는 소년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쉼표] 이시유 시인의 첫 시집 『죽은 새를 먹다』(달아실 2020)에서 한편을 골랐다. 이시유의 시는 전통적 서정과 서사에서 많이 벗어나있다. 익숙한 시의 전개는 아니다. 시의 낯설기도 새로운 말은 아니다.

이미 반세기전 옥타비오 파스의 『활과 리라』라는 시론집에서 거론된 이야기다. 리라는 발칸반도의 민속 현악기이다. 현악기이므로 굳이 활이 필요한 악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활과 리라는 함께할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시도 그렇다는 얘기다. 시를 어떤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기만의 새로운 언어를 사용해야한다는 상징적 의미다. 그러나 이 상징적 의미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 시는 갈피를 잃고 독자와의 소통과 영영 멀어지고 만다.

시를 어떻게 쓰든 이미지와 의미는 소통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시유 시인의 시는 새롭지만 아주 멀리 달아나는 것은 아니다. 뒤돌아보며 독자가 자기를 따라 올 수 있는지 가늠하며 자신만의 문장을 보여준다.

현대시에서 전통이냐 정통이냐를 따지는 것처럼 촌스러운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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