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춘설春雪 / 박완호(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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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춘설春雪 / 박완호(1964~)
  • 김명기
  • 승인 2020.11.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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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설春雪 / 박완호(1964~)

  목련 나무 잘려나간 가지 끝 새로

  뻗치는 핏줄 속을 흐르기 시작하는

  연둣빛 피톨들 잔설로 나부끼는

  슬픔의 환한 입자들 사랑을 놓치고

  어둠 번지는 플랫폼을 홀로 서성이는

  누군가의 구둣발 소리 서늘히 비껴간

  한 마디는 어느 날 문득

  꽃등을 밝히고 아린 봄밤을 당기리

  이-별로 가는 길 위에

  첫발을 얹는 사람의 가쁜 숨소리

  잠잠한 수면을 휘젓는 바람결 따라

  울먹울먹 고개 드는 그림자

  꽃의 가능성 속으로

  불그레하게 번지는

  볼웃음 소리

 

[쉼표] 고전적 서정과 현대적 서정을 시속에 잘 끌어 당기는 박완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에 수록된 시다.

박완호의 시는 비교적 호흡이 길지만 잘 절재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짧은 호흡으로 절재 된 서정시다.

굳이 쉬어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 문장 속 이미지도 뚜렷하다.

봄 눈 내리는 어딘가에 내가 서 있는 것 같다. 밤새 내린 봄눈이 꽃 위에 소북이 쌓인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봄눈은 결코 봄을 이기지 못한다.

“이-별로 가는 길 위에/첫발을 얹는 사람의 가쁜 숨소리”가 봄눈이라니.

기발하고 아름다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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