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름다운 여행 - 바닷가 쓰레기를 가족이 함께 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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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아름다운 여행 - 바닷가 쓰레기를 가족이 함께 줍고 있었다”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1.0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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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三代)가 함께, 여행을 다닐 때는 꼭 마대자루를 챙기는 가족

참으로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있는 한 가족을 우연히 만났다. 가을향이 더욱 짙어지는 시월의 마지막날인 31일, 기성면 망양정해수욕장 바닷가 끝자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줍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바닷가로 밀려온 쓰레기들이다. 페트병이며 술병, 플라스틱 등 이번 태풍에 밀려와 미처 치우지 못했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진분들 이세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오...”라고 하신다.

대전에서 2박3일 가족여행을 왔다고 말하며, 삼척에서부터 쭉 바닷가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고 이야기 했다.

어떻게 해서 쓰레기를 줍고 계시냐고 물으니, “너무도 예쁜 바닷가에 쓰레기가 있어서 가족이 함께 줍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요즘처럼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때에 우리가족이라도 조금 도움이 되고자 가족여행 때는 항상 주변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을 다닐 때는 꼭 장갑과 마대자루를 챙겨 다닌다는 가족...

삼대(三代)가 함께 청소하는 모습은 울진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주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간식이라도 사드리려고 했더니, 이들 가족이 준비한 넉넉한 간식 때문에 내가 오히려 얻어먹게 되었다.

‘해야 될 것에 대해 알아차리고 실천하기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들 가족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실천하는 삶은 머리가 아닌 몸이 움직일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목도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 고사리손인 5살과 7살,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위와 딸 등 이렇게 8명의 가족이 주워 담은 쓰레기는 산더미 같이 모아졌다.

이들 가족이 울진에 주고 가는 선물의 양인 듯하다. 또 고사리 손으로 쓰레기를 주워 담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은 어른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

‘내가 사는 지구가 나의 집’이라 생각하며 7살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청소를 하신다. 2박3일의 여행에서 얼마나 고운 마음을 전하며 갈까? 궁금도 하고 기대도 된다.

오랜만에 참으로 예쁜 모습을 봤다. 또 울진의 아름다운 환경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잘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을 전해 들으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해안가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도 일상의 반복처럼 무덤덤해진 우리에게 작은 파문을 던져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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