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노을 / 이성선 (1941∼2001)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쉼표] 살면서 시와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별 일 아닌 것이 어느 순간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깨달음이라 해도 좋고 각성이라고 해도 좋은 순간.
어렸을 때 읽은 이성선의 시는 여백이 너무 많았다.
세상은 늘 복잡하고 힘들게 돌아가는데
그의 시는 너무 쉽고 가볍게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순간의 이면을 깨우치지 못한 무지였다.
이 짧은 시가 여백에 숨기고 있는 세상의 이면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이성선 시인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조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우주가 생멸을 거듭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을 억지로 글로 써내려 가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한 짓이다.
어느 날 한순간에 오는 명료하고 명쾌한 느낌, 그것을 제대로 받아 적을 수 있어야
이성선의 많은 시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낙엽이 우수수 진다. 수많은 우주가 사라지는 중이다.
저작권자 © 울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