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미시령 노을 / 이성선 (194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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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香氣] 미시령 노을 / 이성선 (1941∼2001)
  • 김명기
  • 승인 2020.10.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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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령 노을 / 이성선 (1941∼2001)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쉼표] 살면서 시와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별 일 아닌 것이 어느 순간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깨달음이라 해도 좋고 각성이라고 해도 좋은 순간.

   어렸을 때 읽은 이성선의 시는 여백이 너무 많았다.

   세상은 늘 복잡하고 힘들게 돌아가는데

   그의 시는 너무 쉽고 가볍게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순간의 이면을 깨우치지 못한 무지였다.

   이 짧은 시가 여백에 숨기고 있는 세상의 이면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이성선 시인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조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우주가 생멸을 거듭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을 억지로 글로 써내려 가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한 짓이다.

   어느 날 한순간에 오는 명료하고 명쾌한 느낌, 그것을 제대로 받아 적을 수 있어야

   이성선의 많은 시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낙엽이 우수수 진다. 수많은 우주가 사라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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