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꽃소식 / 안상학(1962~)
상태바
[詩와 茶 그리고 香氣] 꽃소식 / 안상학(1962~)
  • 김명기
  • 승인 2020.10.05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소식 / 안상학(1962~)

       제주 애월 어느 집

       몇 년째 꽃을 피우지 않는 제주수선화 있지

       흙집 바람벽 아래

       옮겨 심은 지 여러 해 되는 제주수선

       다른 꽃 다 피고 져도 끝내 푸른 잎만 우두커니

       때 되면 왔다가 때 되면 가는 제주수선 있지
 

       같이 살던 사람 잃고 새집 지어 옮겨온 집주인 닮아선가

       그해 봄 주인장 따라 옮겨 오면서

       애월 바다 어디쯤 바람결에 꽃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니면 꽃 피우길 기다리던 그 눈길 없어서일까
 

       올해도 꽃도 없이 한철 잘 다녀갔다는 소식
 

[쉼표] 지난 여름 제주 애월에서 보름을 지냈다. 육지는 긴 장마로 한껏 젖어있었지만 제주는 습기 머금은 폭염의 날씨였다. 그것이 섬의 여름 날씨인지는 모르겠다. 잠깐씩 다녀본 제주에서는 느끼지 못한 경험이었다.

내가 사는 곳도 바다와 가깝지만 제주의 바다는 울진의 바다와 많아 다르다.

서식하는 어류가 다르고 자생하는 식물이 다르다. 하지만 수선화란 꽃은 섬과 뭍 어느 곳에서나 피는 꽃이다. 그런 식물이 잎만 무성하고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에서 쓰인 수선화와 수선이 다른 식물처럼 느껴진다. 수선화는 완성된 꽃의 형태고 수선은 잎만 피었다 지는 미완성의 식물 같다. 그래도 생을 아주 다하지는 않아 해마다 잎은 피었다 진다니 언젠가 꽃도 피겠다.

안상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을 읽다가 제주 애월을 생각하며 옮겨 적는다.

애월涯月은 달의 끝자락일까 아니면 물가에 뜬 달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