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橫說竪說)] 태풍이 남긴 상흔(傷痕)...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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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橫說竪說)] 태풍이 남긴 상흔(傷痕)...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김지훈
  • 승인 2020.09.0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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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때리고 벽을 곧 무너뜨릴 것같이 두들기는 빗소리는 공포였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소리를 듣고 새벽녘 잠이 깨어, 일부러 누워 잠을 자려고 몸부리쳐도 눈이 감기지가 않았다. 소리로 전해오는 두려움이 온 몸을 긴장시켰던 같았다. 끝없이 포효하는 바람소리는 집을 통째로 어디론가 휘이 날려 보낼 것만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구나(그저 무사히... 아니면 조금이라도 바람이 약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기원하고... 또 그렇게 반복할 따름이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선잠을 깨고 문밖을 나서니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강렬한 햇살과 구름이 두둥실 떠다녔다.

공포에 사로잡히며, 자연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 10월의 태풍 미탁 때에도 하염없이 쏟아 붓는 장대비를 보며, 이렇게도 비가 내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태풍 마이삭의 풍속은 초속 40m(시속 144km) 정도였다고 기상청은 발표했다.

초속 50m를 넘어서는 태풍이 온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직함이다.

태풍 마이삭이 남긴 상흔은 엄청나다. 동해바다에서는 보기 어려운 폭풍해일이 일었다.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음력 7월15일)와 겹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파도들이 집을 삼켰다. 피해도 엄청났다. 새벽녘 놀란 가슴을 안고 맨발로 집을 나와 대피했다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수십 년, 아니 한 세기 이상을 그 자리에서 풍상(風霜)을 겪어온 아름드리 나무들도 뽑히고 부러졌다. 풀들도 그 잎사귀가 바람에 시달려 횡한 느낌이다. 도로는 꺾인 나뭇잎들로 넘쳐났다.

태풍 마이삭이 남기고 간 쉼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소리는 그렇게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막연함은 또 다른 두려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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