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1] / '나도 아프다'
상태바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1] / '나도 아프다'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8.24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1 -

지구상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가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 이익의 추구에 서식지가 파괴돼 떠돌고 있는 동물들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인간들...

공존(共存)의 가치를 잊고 탐욕스런 자본에 투자해 버린 결과가 참담하고 무섭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폭우와 숨 막힐 듯한 폭염, 그리고 무섭게 전파되고 있는 바이러스들로 인해 바깥세상을 쉽게 나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이 더 이상의 개발로 인한 파괴가 없기를, 나아가 공존이라는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가치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열한번째 이야기 <나도 아프다.>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세계, 나도 다 경험했다고 말해 보는 세계.

사람마다 경험치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에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는 바로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속 세계’입니다.

사람(또래)에게 상처 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자신을 “알밤”이라고 표현한 아이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알밤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이에 의해 굴러 떨어지고 부딪히고 상처가 나도 겉보기는 괜찮아 보이겠지만, 이 밤 속의 알맹이는 아주 큰 상처가 생겼고 많은 부위가 썩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라고...

알밤은 뾰족한 밤송이 속에서 안전하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아주 뾰족한 가시옷을 온몸에 두르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 옷이 아주 단단하고 튼튼한 옷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적당히 힘들게 해도 힘들지 않고, 적당히 아프게 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보였나요?

그런데 그 속은 상처나고 또 썩고 있다는 것을 이 아이가 알려 주고 있습니다. 관심을 두고 찾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또 볼 수 없는 마음속 ‘상처난 세계’입니다.

아이는 왜 뾰족한 겉옷 속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두고 있어야 했을까요?

왜 아프고 상처났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은 서열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괴롭히며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 잡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폭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교묘해지는 폭력을 보면, 어느날부터 “교육은 교육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조하고 또 인지하는 만큼, 또 다른 형태의 폭력들이 생성되고 이들 세계에서 가혹하리만치 자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증거수집에 대해 물어봅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폭력은 교묘하며 그리고 아주 치밀한 계산속 폭력들로 증거를 찾기가 매우 힘들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이야기 외에는 증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폭력은 피해자 아이에게 점점 더 몸과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깊이 새기게 되더군요. 이 아이가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상처가 썩지 않도록 치료해줘야 하지 않을 까요. 그 치료의 시작을 위해서는 주위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속 세상이 상처나지 않도록, 그리고 혼자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勇氣)’가 솟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뾰족한 밤송이를 벗고 통통 살찐 알밤을 ‘짜짠’하고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숨어있는 용기도 찾아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니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용기는 죽음조차도 죽인다!’라고요.

이 한 주는 그 용기, 함 끄집어내도록 함께 손 내밀어 줍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