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0] / '주연과 조연 사이'
상태바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0] / '주연과 조연 사이'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8.09 2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 10 -

내 주변에 나는 어떤 향기를 퍼트리고 있을까? 사무실 앞 백일홍이 예쁜 보라색 꽃을 피웠고 그 향기는 앞마당과 그 너머의 세상에 은은한 향기로 퍼지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향기 맞고 날아온 벌과 나비들이 꽃 주변에서 분주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좀 심심한 듯 외로워보였던 그 나무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그 향기로 친구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나는 어떤 향기를 뿜어내고 있을까?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내 향기의 흔적을 조용히 찾아봅니다.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열번째 이야기<주연과 조연사이>

‘성공한 삶이 행복한 삶이다~’라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입니다. 대신 ‘행복한 삶이 성공한 삶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수의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보다 나은 삶 즉, 지시를 받는 삶보다는 지시하는 삶, 종업원 보다는 사장, 가난한 삶보다는 부자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

저 역시 저희 자녀가 뒤에 있기 보다는 앞에서 끌어가는 삶을 살길 은근히 바라더군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라이온 킹> 에서의 ‘심바’, <겨울 왕국>의 ‘엘사’ 같은 주인공 말입니다.

그러나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한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반의 아이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시골 학교였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몇 마디 던졌을 때 자신 있게 답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 한마디 안하고 무심하게 앞만 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일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잘난 아이들이 눈에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잘난 아이들은 배경(背景)으로 존재하고 힘든 아이들이 전경(全景)이 됩니다. 배경(背景)이 되는 잘난 아이들은 제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관심과 사랑받고 있으니, 제가 배경으로 밀어내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제게 주어진 빠듯한 시간으로 아이들 전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제게 전경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잠시 아이들과 ‘자신’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조용히 가졌습니다. 침묵이 불편해서 자꾸 떠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한 친구가 자신의 차례에 작은 목소리로 스스로를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연필에 딸린 지우개입니다. 남들은 연필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겠지만, 틀린 글씨를 지울 때는 뒤에 조그만 하게 붙어 있는 지우개가 주인공입니다. 지우개로 지워야 연필이 다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도 제가 필요할 때는 짜잔하고 나타나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우개 딸린 연필에서 연필이 주연이고 지우개가 조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친구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 아니 지구라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삶의 주인공임을 또 다시 깨닫게 됩니다. 어른들의 오염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면 아이들은 언제나 불안하고 또 부족한 인간으로 단정 짓게 됩니다.

세월의 흔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제 망막에 낀 먼지를 닦아 내고 싶습니다. 3살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봐야 잘 보일 듯합니다. 지금의 눈으로 이들을 보게 된다면 자꾸 오해하고 상처를 줄 것 같습니다.

자녀의 행동으로 힘겨워 하던 한 어머니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우리아이는 왜 이런 행동만 계속 반복 하지요~”라고요. 제가 만약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머님은 자신의 양육 방식을 살피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말을 해줬습니다. “그 행동이 그 아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최선의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최선을 다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현명한 분이라 제 말의 뜻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자녀에게 준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타인과의 결과를 비교하며 말이죠. 각 가정마다 아이들에게 준 영양분이 다르다는 것을 잊고 말이죠. 우리 아이가 꽃을 덜 피웠다면, 내가 우리자녀에게 어떤 영양분을 주었고 어떤 것을 덜 주었는지 먼저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주인공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라이온 킹의 주인공은 ‘티몬’, 겨울왕국의 주인공은 ‘울랄프’로, 지우개 달린 연필의 주인공은 ‘지우개’로 말입니다.

이 한 주는 새로운 주연 찾기 놀이를 해 보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