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차 그리고 향기] 단단함에 대하여(전윤호 1964~)
상태바
[시와 차 그리고 향기] 단단함에 대하여(전윤호 1964~)
  • 김명기
  • 승인 2020.07.27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단함에 대하여 / 전윤호(1964~)

    가을 배추밭을 보면 안다
    중심을 향한 마음이
    겹겹이 뭉쳐진 것을
    겉잎사귀 몇 상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헐값에 넘겨져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들
    더러는 혁명을 품기도 하고
    쿠데타를 품기도 하는 저 밭은
    이제 겨울이면 버려져 눈을 맞으며
    봄에 씨 뿌릴 사람을 기다릴 것이니
    가을 배추밭을 보면 안다
    내 안의 설움은
    때를 기다리는 노란 고갱이라는 걸

[쉼표] 단단하다는 말은 쉽게 쓰이지만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것도 물리적 힘을 가하면 깨지거나 녹아내린다.

물리적 힘에서 자유로운 건 인간의 의지다.

자아는 스스로 형성된 힘이며 오래 생각하고 굳어진 마음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가을 배추밭가에서 시인은 자신 안의 설움이 때를 기다리는 고갱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시인만이 아는 일이다.

시의 단단함과 의지를 생각해보면 사람은 터무니없는 짓으로 시간을 축내는 경우가 많다.

배추 고갱이는 못되고 겉저리처럼 흩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단단함이란 오랫동안의 견딤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