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이가 시원치 않았던
날 때부터 치아가 몇 개 부족하거나
어금니 대부분이 부서졌거나
잇몸에 자주 피가 배거나
그런데도 세상의 한 귀퉁이와 나를
밤낮으로 지긋지긋하게 갉아대던
나의 애인들 지금이야
다 저녁에 훌쩍 지나간 계절이지만
불이고 물이고 칼날이면서 솜털이던
사랑 비슷했던 사랑으로 한때 나는 나
의슬픔과 분노 결핍과 망설임을 메꿔왔는데
한때 전부였으나 이제 아무렇지 않은
한때는 공포였던 연애도 탈 대로 타버려
손가락을 대보면 부드러움만 남아 있다
튼튼해졌을까 어느 애인이여
남은 것마저 모두 잃었을까 그래도
아름답게 병들 일만은
아주 오랜 훗날일로 아껴 두기를
[쉼표] 시인의 애인들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시 또한 시인의 연애적 서사를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한때 전부였으나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 이 시에서 동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하지만,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대표적인 고정관념이 젠더의 문제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 슬픔과 분노, 결핍과 망설임이/나의 가장 오랜 애인이었는데”라는 문장은 이시의 중첩적 축약이다.
그러므로 시의 마지막 문장은 따뜻하고 슬프고 너무나 쓸쓸하다.
결국 애인이 아닌 인간으로서 미워 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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