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4] '보이지 않는 경계(境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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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이의 소근소근 우리들 속 이야기4] '보이지 않는 경계(境界)'
  •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5.17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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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물질은 물론 많은 것이 풍족함을 넘어 과잉 생산되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과잉된 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적당하게’와 ‘적절하게’를 간절하게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넘치는 것이 모자라니 만 못한 사회에서 나에게 넘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아는 네가 아니야~! ‘청소년’ 편

네번째 이야기<보이지 않는 경계>

똑·똑·똑 어떤 소리로 들리시나요!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 들어가도 되나요! 누구 있나요! 라는 의미의 소리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노크의 중요성을 부모에게 또는 선생님에게서 자연스럽게 학습했습니다. 똑·똑·똑 소리는 분명 상대방에게 나의존재를 알리는 소리입니다. 또는 내가 들어가도 될까요? 라는 질문과 답의 의미가 포함 되어있습니다.

결국 똑·똑·똑은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우리는 서로의 경계를 잘 지키고 있을까요. 오늘은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境界)가 존재합니다. 바로 마음의 경계입니다. 또 경계와 경계사이에 그어진 선이 경계선이지요.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간에 허락하지 않은 선을 함부로 넘게 되면 갈등과 분열 그리고 폭력이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사물에 대한 경계나 신체에 대한 경계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육체적인 경계선을 넘어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는 종종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서로의 성(性)적인 경계선을 넘었을 때는 성폭력이라 부릅니다. 더 촘촘하게 구분해 보겠습니다. 직장내에서 일어나는 위계에 의한 성적인 언어폭력을 우리는 직장내성희롱이라고 합니다. 직·간접적으로 우리는 상당한 교육을 통해 성과 관련된 폭력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학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눈으로 보이는 육체적인 경계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경계까지 살피며 살아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심리적인 또는 정서적인 경계도 늘 존재해 왔습니다. 요컨대 상대방에 의해 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상대방은 허락 없이 심리적인 경계를 넘어 온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상대방은 사과나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자신의 불편함을 상대방에게 말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그곳에 힘과 권력에 의해 조직된 집단이라면 더 그러하겠지요. 하물며 어른인 우리도 그러한데 청소년들은 어떨까요. 어른들에게서 침범당한 자신의 경계선을 스스로 지키기도 또 그들에게 경고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선생님에게서 일어난 애매모호한 그렇지만 분명 침범당한 경계 라면요...

여러분은 자녀의 경계선을 허락 없이 넘은 적은 없는가요. 우리는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 또는 더 큰 힘(육체적인 힘을 비롯하여 다양한 힘을 말함)을 가진 사람의 선은 쉽게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도치 않았지만 나보다 약자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인 우리는 자녀를 훈육이라는 또는 안전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소유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소유한다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것으로 가짐’ 또는 ‘대상을 전면적 또는 일반적으로 지배함’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의도치 않았으나 나의 일부로 내 마음대로 조정하고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계선을 자주 침범당하는 경험을 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로인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좌절하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승리자의 삶을 살아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나도 썬크림 좀 발라주라”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한 여학생이 쉬는 시간 ‘썬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다가 여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도 썬크림 좀 발라주라”라고요. 이 말을 한 선생님은 ‘남자선생님’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의도를 꼭 나쁘게 해석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 있으므로...

이 상황에서 여학생이 느낀 다양한 감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요즘아이들은 당차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때로는 버릇이 없을 정도로 행동한다고들 말합니다. 학생도 선생님의 말에 바로 ‘싫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번 더 말했답니다. 빨리 와서 썬크림 얼굴에 발라달라고... 아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얼굴에 썬크림을 발라주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학생은 계속 손끝에 느껴지는 까칠까칠한 수염의 느낌과 거뭇거뭇한 선생님의 얼굴이 생각나서 토할 것 같았다구요. 그 후 선생님 얼굴을 보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이일이 있었던 시점에서부터 학생의 일상은 전과 같았을까요? 뭔지 모를 찝찝함이 친구의 삶에. 결국 학교생활의 질은 떨어졌겠죠. 또 그로 인해 성적은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질문의 마지막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래요 우리는 선생님의 의도 보다는 그 학생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야 한답니다. 이 학생이 여성으로 느꼈을 감정인 수치스러움 그리고 굴욕감... 이런 상황을 우리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만약 어떤 사람이 나쁜 의도로 우리자녀의 심리적 경계선을 무너뜨린다면...

따라서 우리도 자녀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으려면 똑똑똑 노크를 하고 허락 받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 사건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허락 없이 경계를 넘은 선생님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가 이루어 졌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허락 없이 넘어왔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자녀의 마음에 똑똑똑 노크하는 연습으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자녀에게 맛있는 음식과 멋진 선물을 주었나요.

올해는 이렇게 말 해주면 어떨까요! “너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경계선을 함부로 넘지 않으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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