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향기] 30cm / 박지웅(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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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茶 그리고 향기] 30cm / 박지웅(1969~)
  • 김명기
  • 승인 2020.04.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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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할 수 없는 거리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거리

눈빛이 흔들리면 반드시 들키는 거리

기어이 마음이 동하는 거리

눈시울을 만나는 최초의 거리

심장 소리가 전해지는 최후의 거리

눈망울마저 사라지고 눈빛만 남는 거리

눈에서 가장 빛나는 별까지의 거리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거리

눈감고 있어도 볼 수 있는 거리

숨결이 숨결을 겨우 버티는 거리

키스에서 한 걸음도 남지 않은 거리

이 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가 30cm 안에 들어온다면

그곳을 고스란히 내어준다면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쉼표] 박지웅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탁월한 서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좋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은 많다. 하지만 대체로 거시적이며 암묵적 서사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박지웅식 서정은 미시적이고 촘촘하다.

이렇게 말하면 답답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답답함과 완전히 다른 찬찬함이 박지웅식 서정이다. 이를테면 30cm 안에 저렇게 많은 거리가 있다는 걸 잘 알지 못한다.

이 시에서 짚어야 할 것은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그 안에 있는 중심은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고 있다. 심장소리가 전해지는 최후의 거리로 돌아가길 기대하며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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